[혼잣말]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안들에 대한 인터넷 댓글들을 보면 특징이 있는데

절대 다수가 극단적이고 이분법적인 어조라는 점이다.

좌빨 노빠 <-> 딴나라당 알바

꼴페 된장녀 <-> 오덕후 한국남자

등등. 대부분의 글이 이 기준에 의해 어느 한 쪽으로 분류될 수 있고

분류 가능한 글은 원래 논지와 상관없이 대중적인 레파토리에 의한 원색적 비난을 받게 된다.

서로 다른 쪽에 선 사람들 사이의 싸움장이 되기도 한다.

한편 단순한 기준으로 분류 불가능한 글은 인기가 없다.


사람이 많이 몰리는 기사는 몇 분 사이에 페이지가 넘어가기도 하고

그런 상황에서 부각되는 것이 반박하기도 쉽고 동조하기도 쉬운 극단적인 글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익명성. 뱉은 말에 책임을 질 필요가 없다는 속성은

사람을 필요 이상으로 단순하게 만드는 것 같다.


2주만에 쫓기듯 처리한 쇠고기 협상은 물론 잘못이고

국민은 어떤 식으로든 졸속 협상을 진행한 정부에게 잘못을 물을 수 있다.

그러나 그 국민 중의 누군가는 협상 과정보다

'광우병'과 '안전성' 자체가 필요 이상으로 부각되고 있다고 생각해

지금 상황에 이의를 제기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 책임을 국민의 힘을 빌려 묻고자 한 것도,

그런 움직임에 힘을 실어주고자 광우병의 위험을 알린 것도,

열기가 지나치게 과열되었다고 생각해 바로잡고자 한 것도


나는 순수한 선의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믿는다.

누구나 가질 수 있는, 너무나도 당연한 반응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당연한 반응들이 앞서 말한 단순한 기준에 의해

불순한 세력의 선동가가 되었고, 여론을 조작하려 드는 알바가 되었다.


댓글을 다는 사람은 오래 생각하지 않는다.

글을 보고 즉흥적으로 생기는 감정을 나타낼 뿐이다.

시위에 반대하는 것 같고 본질을 흐리는 것 같으니 '알바'라고 한 줄 날려주고 다음 글을 본다.

(그렇지만 이 협상을 업으로 삼는 정부 요인들마저 5초 생각하고 댓글을 다는 네티즌과 다를 바 없는 반응을 보이는 건 문제다)


국정원이 간첩과 보안사범 수사를 강화하겠다는 기사가 났다.

반응은 '촛불집회를 보고 언론 통제를 강화하려 드는구나'가 대세.

가끔 긍정적인 반응도 '헛소리하는 노빠놈들 다 잡아들여라'따위다.


'오로지 살고 싶기에' 거리로 나왔다는 사람들이 왜 당연한듯이 간첩이 되는가?

지난 정권에서 대북 안보정책이 미흡했던 것도 사실이고

이번 정권의 핵심 공약도 그것이었다.

그러나 누구도 공약의 올바른 실천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간첩=노빠=전라디언'이고 황당하게도 그렇게 간첩 취급을 당하는 사람들마저 똑같이 생각한다.

사실 정반대로, '국정원이 국제정세의 변화에 발맞추어 안보수사 비중을 줄이기로 했다'는 기사였어도

댓글의 논조는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복잡한 생각은 하지 않는다.

어쩌면 그들의 좀더 복잡한 관심은 각자의 현실적인 문제에 돌려져 있을 뿐인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 생각없는 댓글들이 여론이라는 이름을 달고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그들의 구미에 맞고, 일견 논리적이고 학문적 권위가 들어간 글은

단숨에 수천 개의 추천을 받고 베스트로 올라간다.

거기에 반대하는 글은 닥치고 반대 백만개에 비난, 폭언, 조롱.

그것이 민심이라고 표현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그 민심은 깊이 생각하기 싫어하고

중립을,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민심이다.


2008/05/04 01:24 2008/05/04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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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Yz [2008/05/04 01:3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솔직히 네티즌들 이분법 너무 심해... 내가 다음 아고라 어느 글에다가 "프리온이 800도나 되야 죽는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나요" 했다가 존나 까였다 ㅜㅜ

  2. 내일 [2008/05/05 02: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걸 또 찾아보려 시도한 너님도 참.. ㅋㅋ